목차
해녀가 막 건져 올린 전복을 손질하다 보면, 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짙은 초록빛 내장이다. 제주에서는 이 내장을 ‘게우’라 부르는데, 솥에 밥을 안칠 때 게우를 함께 풀어 넣느냐 아니냐에 따라 같은 전복 솥밥이라도 향과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 살만 넣은 솥밥이 담백하고 단정하다면, 게우를 넣은 솥밥은 한 숟갈마다 바다 향이 진하게 번진다. 이 글은 그 고소한 영양 솥밥을 집 솥 하나로 짓는 과정을 단계별로 풀어낸다.
전복 솥밥의 매력은 재료가 단출하다는 데 있다. 전복, 쌀, 참기름, 약간의 물. 화려한 양념 없이도 전복 자체의 단맛과 게우의 고소함이 밥알 사이에 스며든다. 아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면 처음 짓는 사람도 질척이거나 설익는 실수 없이 솥바닥에 누룽지까지 만들 수 있다.
1단계. 전복 손질하고 게우 분리하기
살아 있는 전복은 껍데기째 흐르는 물에 헹군 뒤 굵은소금을 살짝 뿌려 식재료용 솔로 검은 막과 족부(발 가장자리)를 문질러 닦는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밥에서 비린 군내가 남기 쉽다.
숟가락 뒷면을 살과 껍데기 사이에 밀어 넣어 살살 떼어내는데, 이때 위쪽에 붙은 게우가 터지지 않도록 천천히 미는 것이 핵심이다. 게우는 따로 작은 그릇에 받아두고, 전복 살에서 딱딱한 입(이빨 부분)과 모래주머니를 잘라 제거한 뒤 다시 한 번 헹군다.
2단계. 쌀 불리고 게우 소스 만들기
쌀은 솥밥용으로 30분 정도 불려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불린 쌀을 쓰면 전복 살과 익는 시간이 맞아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선다. 불릴 시간이 없다면 평소보다 물을 1~2큰술 더 잡는다.
분리해 둔 게우는 칼등으로 곱게 으깨거나 체에 내려 참기름 1작은술, 청주 1작은술과 섞어 게우 소스를 만든다. 이 소스가 솥밥의 풍미를 좌우하는 숨은 주연이다. 전복 살은 얇게 저며 썰어두되, 두세 점은 통으로 남겨 밥 위에 올리면 모양이 산다.
3단계. 솥에 볶아 안치기
달군 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저민 전복 살을 30초가량 가볍게 볶는다. 살짝 오므라들며 가장자리가 익으면 물기 뺀 쌀을 넣어 쌀알이 기름을 머금도록 한 번 더 볶는다. 이 ‘볶음’ 한 단계가 밥알을 코팅해 질척임을 막고 누룽지를 잘 잡아준다.
볶은 쌀에 게우 소스를 넣고 고루 섞은 뒤, 쌀과 같은 부피의 물을 붓는다. 게우 소스에 청주가 들어갔으니 물은 평소 밥물보다 살짝 적게 잡는 편이 안전하다. 통으로 남긴 전복 두세 점을 밥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4단계. 불 조절하며 뜸 들이기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솥 가장자리로 끓는 소리와 김이 올라오면 약불로 줄여 10분간 더 익힌다. 그 뒤 불을 끄고 뚜껑을 연 채로 두지 말고, 닫은 상태로 10분 더 뜸을 들인다. 이 뜸 시간이 밥알 속까지 열을 고르게 퍼뜨려 설익은 심을 없앤다.
뜸이 끝나면 주걱으로 바닥부터 크게 한 번 뒤집어 게우의 고소함을 밥 전체에 섞는다. 솥바닥에 노릇한 누룽지가 잡혀 있으면 제대로 지은 것이다.
5단계. 곁들임과 보관 마무리
전복 솥밥은 갓 지었을 때 향이 가장 짙다. 따뜻한 미역국이나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이면 게우의 진한 맛 사이에 균형이 잡힌다. 남은 밥은 한 김 식힌 뒤 한 끼 분량씩 나눠 냉장 보관하고, 데울 때 물 한 큰술을 뿌리면 처음의 촉촉함이 어느 정도 돌아온다.
전복을 손질하며 나온 껍데기는 버리지 말고 깨끗이 씻어 국물용으로 한 번 우려도 좋다. 이렇게 살·내장·껍데기까지 알뜰히 쓰는 것이 전복 한 마리를 가장 고소하게 누리는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게우(내장)는 꼭 넣어야 하나요?
냉동 전복이나 손질된 전복으로도 되나요?
밥이 질거나 설익으면 어떻게 하나요?
전복 솥밥은 거창한 기술보다 손질과 불 조절이라는 기본기에서 맛이 갈린다. 게우를 살리는 손질, 쌀을 볶는 한 단계, 뜸 들이는 10분만 지키면 오늘 저녁 식탁에 바다 향 가득한 영양 솥밥을 올릴 수 있다. 신선한 전복이 손에 들어온 날, 이 순서대로 한 솥 지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