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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햇살이 드는 주방, 작은 유리잔에 진하게 내린 커피가 반쯤 채워져 있다. 그 위로 흰 크림이 마치 작은 언덕처럼 봉긋하게 얹히고, 첫 모금에 차가운 크림과 뜨거운 커피가 입 안에서 동시에 무너진다. 아인슈페너는 이렇게 섞지 않고 층으로 마시는 커피다. 빈(Wien)의 마부가 한 손으로 마차 고삐를, 다른 손으로 잔을 쥐던 시절의 음료라는 이름값처럼, 크림 한 겹이 커피의 온도와 맛을 동시에 붙잡아 준다.
1단계. 재료와 도구를 차갑게 준비한다
아인슈페너의 성패는 거의 전적으로 크림의 상태에서 갈린다. 따뜻한 환경에서 휘핑한 크림은 금세 풀려 커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재료를 차갑게 만드는 것이다. 휘핑할 생크림은 냉장고에서 충분히 차갑게 식히고, 크림을 담을 볼과 거품기도 함께 냉장 또는 냉동실에 잠깐 넣어 둔다. 차가운 도구는 휘핑 시간을 줄이고 크림 구조를 단단하게 잡아 준다.
1인분 기준 재료는 단순하다. 동물성 생크림(유지방 35% 이상) 60~80ml, 설탕 5~8g(취향에 따라 생략 가능), 진한 커피 120~150ml. 커피는 에스프레소 2샷에 뜨거운 물을 더한 아메리카노나, 평소보다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면 충분하다. 크림의 묵직함을 받쳐 줄 만큼 커피 자체의 농도가 있어야 마지막까지 밍밍해지지 않는다.
2단계. 크림을 6~7부로 휘핑한다
차갑게 준비한 생크림에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젓는다. 핵심은 ‘얼마나’ 휘핑하느냐다. 너무 묽으면 커피 위에 얹는 순간 흘러내려 섞여 버리고, 너무 단단하게(8~9부) 치면 거품이 갈라지면서 버터처럼 뭉쳐 부드러운 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인슈페너에 적당한 농도는 흔히 말하는 6~7부 휘핑이다. 거품기를 들어 올렸을 때 크림 끝이 살짝 휘어지며 천천히 무너지는 정도다. 이 상태의 크림은 숟가락으로 떴을 때 형태를 잠시 유지하면서도, 입에 닿으면 부드럽게 풀린다. 커피 위에 두껍게 얹어도 한동안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절묘한 되기에 있다.
원인은 대개 둘 중 하나다. 휘핑이 약해 크림이 묽거나, 커피가 너무 뜨거워 크림의 지방이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경우다. 커피를 잔에 따른 뒤 1~2분 정도 김이 한풀 꺾이길 기다렸다가 크림을 얹으면 층이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3단계. 진한 커피를 잔에 따른다
투명한 유리잔을 쓰면 커피와 크림이 만드는 두 겹의 층이 그대로 보여 보는 즐거움이 커진다. 잔의 6~7할 정도만 커피로 채우는 것이 좋다. 위쪽에 크림을 두껍게 올릴 공간을 남겨 둬야 첫 모금에 크림이 넘치지 않는다.
단맛을 커피 쪽에서 잡고 싶다면 이 단계에서 시럽이나 설탕을 소량 녹여 둔다. 크림에는 설탕을 넣지 않고 커피만 살짝 달게 하면, 무가당 크림의 고소함과 단 커피의 대비가 또렷해진다. 반대로 크림에 단맛을 두고 커피를 쓰게 두는 구성도 가능하니, 단맛의 위치를 어디에 둘지 한 번쯤 정해 두면 매번 맛이 흔들리지 않는다.
4단계. 크림을 두껍게 얹어 층을 만든다
숟가락으로 휘핑한 크림을 떠서 커피 표면 가운데부터 살며시 올린다. 한 번에 쏟아붓지 말고 여러 번 나눠 얹으면 크림이 커피를 누르며 꺼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봉긋한 형태가 살아 있도록 잔 가장자리보다 가운데를 조금 더 높게 쌓는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면 크림 위에 마무리 장식을 더한다. 정통 빈 스타일에서는 코코아 가루를 살짝 뿌리거나 가는 초콜릿을 갈아 올리는데, 쌉싸름한 향이 크림의 단조로움을 잡아 준다. 계핏가루나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아주 소량 뿌려도 향의 층이 한 겹 늘어난다.
5단계. 섞지 말고 층 그대로 마신다
아인슈페너의 마지막 단계는 ‘섞지 않기’다. 빨대로 휘젓거나 스푼으로 풀어 버리면 평범한 크림 커피가 되고 만다. 잔을 그대로 입에 대고, 차가운 크림 층을 먼저 통과해 그 아래 뜨거운 커피에 닿도록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한 모금 안에서 차가움과 뜨거움, 고소함과 쌉싸름함이 동시에 겹친다.
마실수록 크림이 조금씩 커피로 녹아들며 맛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것도 이 커피의 매력이다. 처음엔 크림이 주인공이지만, 잔의 절반을 넘어가면 크림이 녹은 커피가 한층 부드럽고 묵직해진다. 한 잔에서 두세 가지 맛을 차례로 즐기는 셈이다.
자주 묻는 질문
식물성 휘핑크림으로도 만들 수 있나요?
아인슈페너와 카페 비엔나는 어떻게 다른가요?
휘핑한 크림은 미리 만들어 둬도 되나요?
아이스 아인슈페너도 같은 방법인가요?
아인슈페너는 특별한 장비 없이도 집에서 카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올 수 있는 커피다. 오늘 냉장고에 생크림이 있다면, 잔 하나를 차갑게 식혀 두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크림의 되기 한 가지만 손에 익으면, 그다음부터는 커피의 진하기와 장식만 바꿔 가며 나만의 비율을 찾는 즐거움이 남는다. 휘핑 농도를 기록해 두면 다음 잔은 훨씬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