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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눌레 만들기 — 겉바속촉 프랑스 디저트 굽는 법

목차

오븐 문을 열자 짙은 갈색 종 모양 디저트에서 캐러멜 향이 훅 끼쳐 나온다. 칼을 대면 겉껍질이 바삭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안에는 노란 커스터드가 촉촉하게 차 있다. 보르도의 작은 가게 진열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이 장면이 바로 카눌레(canelé)의 정체다. 반죽은 우유·달걀노른자·설탕·밀가루·럼·바닐라가 전부지만, 바삭함과 촉촉함을 한 몸에 담는 일은 굽는 온도와 휴지 시간의 싸움에 가깝다.

이름은 프랑스어 cannelé(홈이 진)에서 왔다. 틀의 세로 골이 표면에 그대로 새겨져 특유의 주름진 외형이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는 ‘까눌레’로도 표기하며, 카페 디저트로 자리 잡으면서 집에서 굽는 사람도 늘었다. 다만 같은 반죽이라도 어떤 건 속이 텅 비고 어떤 건 겉이 허옇게 굳는다. 그 갈림길이 어디 있는지부터 짚어 본다.

1단계. 반죽 재료의 비율부터 이해한다

카눌레 반죽은 액체 비중이 매우 높다. 우유 500ml에 밀가루는 100~125g 정도만 들어간다. 이 묽기가 굽는 동안 속에 커스터드 같은 촉촉함을 남기는 핵심이다. 밀가루는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이 정석이다.

달걀은 노른자 위주로 넣는다. 흰자 단백질이 많으면 구울 때 부풀어 올라 카눌레 특유의 묵직하고 쫀득한 속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럼과 바닐라는 향의 중심으로, 럼이 없으면 생략해도 굽기는 되지만 깊은 향은 줄어든다.

2단계. 우유를 데우고 반죽을 섞는다

우유에 버터와 바닐라를 넣고 60도 안팎까지만 데운다. 끓이지는 않는다. 따로 볼에 달걀노른자·설탕을 풀고 체 친 박력분을 넣어 섞은 뒤, 데운 우유를 조금씩 부어 가며 멍울 없이 푼다. 한 번에 부으면 노른자가 익어 덩어리지므로 나눠 붓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럼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여기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거품기로 세게 휘저어 공기를 잔뜩 넣는 것이다. 반죽 속 기포는 구울 때 부풀어 올라 속을 비게 만든다. 재료가 겨우 섞일 정도로만 살살 다룬 뒤, 체에 한 번 걸러 멍울과 거품을 정리한다.

반죽 온도 팁
데운 우유를 노른자에 부을 때는 우유가 너무 뜨거우면 노른자가 익는다. 60도 정도로 한 김 식힌 뒤 가느다란 줄기로 흘려 넣으며 쉬지 않고 저으면 안전하다. 반죽이 매끈한 크림수프 농도면 정상이다.

3단계. 최소 12시간 이상 냉장 휴지시킨다

카눌레에서 휴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갓 섞은 반죽을 바로 구우면 글루텐이 안정되지 않아 속이 거칠고 배꼽(윗면이 움푹 들어가는 현상)이 심하게 생긴다. 반죽을 밀폐해 냉장고에서 최소 12시간, 길게는 48시간까지 재운다. 이 동안 가루가 충분히 수화되고 기포가 빠지면서 굽기가 한결 안정된다.

휴지를 마친 반죽은 표면에 버터 막이 굳어 떠 있을 수 있다. 굽기 직전에 가볍게 한 번 저어 고르게 섞는다. 단, 다시 거품이 일 만큼 휘젓지는 않는다. 중요한 점 하나 더. 차가운 반죽을 그대로 뜨거운 틀에 넣지 않는다. 굽기 30분~1시간 전에 꺼내 냉기를 빼고 상온에 가깝게 둔 뒤 부어야 굽는 동안 골고루 익는다.

4단계. 틀을 코팅하고 고온에서 길게 굽는다

전통 방식은 구리(황동)틀에 식용 밀랍과 버터를 녹여 얇게 코팅하는 것이다. 밀랍 코팅이 겉면을 진한 갈색으로 캐러멜화시키고 바삭한 껍질을 만든다. 집에서는 밀랍 없이 녹인 버터만 발라 구워도 된다. 다만 밀랍을 쓸 때만큼 진하고 단단한 껍질은 덜 나온다는 점은 감안한다.

굽기는 두 단계 온도가 핵심이다. 오븐을 충분히 예열(상부 240도 안팎)한 뒤 반죽을 넣고, 처음 10~15분은 높은 온도로 겉면을 빠르게 굳혀 형태를 잡는다. 이후 200~210도 안팎으로 낮춰 45분~50분가량 더 구워 속까지 익힌다. 전체 굽는 시간은 틀 크기에 따라 50분에서 1시간 남짓이다.

온도 균형이 어긋나면 결과가 갈린다. 윗불이 너무 세면 겉만 빨리 굳어 내부 증기가 못 빠져 반죽이 넘치거나 속이 덜 익고, 아랫불이 약하면 틀 모양대로 부풀지 못해 딱딱해진다. 오븐마다 화력이 다르니 첫 굽기에서 색과 시간을 기록해 내 오븐에 맞춰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5단계. 바로 틀에서 빼고 식혀 식감을 잡는다

다 구운 카눌레는 즉시 틀에서 분리해 식힘망에 올린다. 틀에 그대로 두면 남은 열과 수증기에 겉껍질이 눅눅해진다. 망 위에서 완전히 식히면 겉은 바삭함을, 속은 촉촉함을 유지한다. 갓 구운 직후보다 1~2시간 식힌 뒤가 식감 대비가 또렷하다.

보관은 굽는 당일이 가장 좋다. 시간이 지나면 습기로 겉이 물러지는데, 눅눅해졌다면 먹기 전 180도 오븐에 몇 분 데워 겉을 다시 살리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밀랍 없이 버터만으로도 카눌레를 구울 수 있나요?
가능하다. 틀 안쪽에 녹인 버터를 얇게 발라 구우면 된다. 다만 전통적인 밀랍 코팅에 비해 겉껍질이 덜 진하고 덜 단단하게 나온다. 더 진한 캐러멜 껍질을 원한다면 식용 밀랍과 버터를 섞어 코팅한다.
속이 텅 비는 이유가 뭔가요?
반죽을 섞을 때 거품을 많이 넣었거나, 휴지를 충분히 하지 않았거나, 윗불이 너무 세서 겉이 빨리 굳고 내부 기포가 부풀어 오른 경우다. 살살 섞고, 12시간 이상 휴지시키고, 두 단계 온도로 구우면 개선된다.
박력분 대신 강력분을 써도 되나요?
강력분은 글루텐 함량이 13% 이상이라 반죽이 질겨지고 속이 떡지기 쉽다. 카눌레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속을 원한다면 글루텐 10% 이하의 박력분이 적합하다.
실리콘틀로도 가능한가요?
가능하지만 구리틀보다 열 전도가 느려 겉껍질의 캐러멜화가 약하게 나온다. 바삭한 껍질을 중시한다면 구리(황동)틀이 유리하고, 손쉬운 분리와 입문용으로는 실리콘틀이 무난하다.

카눌레는 재료가 단순한 만큼 변수가 굽기에 집중된다. 박력분으로 묽은 반죽을 만들고, 거품 없이 살살 섞고, 12시간 이상 충분히 휴지시킨 다음, 고온에서 두 단계로 길게 굽는다 —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첫 시도에서 겉바속촉에 꽤 가까워진다. 오늘 우유와 달걀노른자부터 꺼내 반죽을 만들어 냉장고에 재워 두자. 내일 오븐을 예열하는 순간, 보르도의 그 진열장 향이 부엌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