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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전 만들기 — 노릇하게 부치는 여름 채소전

목차

애호박전, 왜 가장자리만 타고 속은 덜 익을까?

겉의 달걀옷은 진한 갈색으로 변해 가는데 가운데를 베어 물면 아직 생것의 풋내가 남아 있다. 여름 부엌에서 애호박전을 부쳐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는 장면이다. 원인은 단순하다. 불이 세서 표면이 먼저 익고, 두툼한 호박 속까지 열이 닿기 전에 달걀이 타 버리기 때문이다. 노릇한 색과 속까지 익은 식감을 동시에 잡으려면 불 조절과 손질 순서만 바꾸면 된다.

이 글은 애호박전을 노릇하게 부쳐 내는 과정을 단계별로 짚는다. 써는 두께, 물기를 빼는 이유, 밀가루와 달걀물 순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불 세기까지 차례대로 본다.

1단계. 애호박 고르고 0.5cm로 썰기

전 부칠 애호박은 표면이 매끈하고 짙은 초록빛이 고른 것이 좋다.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묵직하면 속이 꽉 찬 신선한 것이다. 꼭지가 마르거나 껍질에 주름이 잡힌 것은 수분이 빠져 무르니 피한다.

핵심은 두께다. 0.5cm 안팎이 무난하다. 너무 얇으면 부치다 흐물거리고, 1cm를 넘으면 속이 익기 전에 달걀옷이 탄다. 칼을 눕히지 말고 수직으로 일정하게 내려야 모든 조각이 같은 속도로 익는다. 둥근 단면이 드러나는 통썰기가 기본이지만 반달로 썰어도 무방하다.

2단계. 소금으로 밑간하고 물기 빼기

썬 호박을 바로 부치지 않고 소금을 살짝 뿌려 5분쯤 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호박 표면으로 물기가 배어 나온다. 앞서 살펴봤듯 애호박은 수분이 무게의 90%를 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건너뛰면 부치는 내내 물이 새어 나와 달걀옷이 들뜨고 기름이 사방으로 튄다.

배어 나온 물기는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닦는다. 이때 소금이 은은한 밑간 역할까지 하므로 반죽에 따로 간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짠맛을 싫어한다면 소금 양을 줄이되 물기 빼는 과정 자체는 생략하지 않는 편이 좋다.

물기 빼기 한 끗 차이
소금을 뿌린 뒤 호박을 채반에 펼쳐 두면 물이 아래로 빠져 더 깔끔하다. 시간이 급하면 소금 대신 마른 키친타월로 단면을 꾹 눌러만 줘도 효과가 있다. 물기가 줄면 밀가루가 고르게 붙고, 부칠 때 기름 튐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3단계. 밀가루 입히고 달걀물 묻히기

물기를 닦은 호박에 밀가루를 얇게 입힌다. 비닐봉지에 밀가루와 호박을 넣고 흔들면 옆면까지 고르게 묻는다. 밀가루는 달걀물을 호박에 붙여 주는 접착층이라, 두껍게보다 얇고 고르게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여분은 털어 낸다.

달걀은 풀고 후추를 살짝 더한다. 밑간을 했으니 소금은 생략하거나 아주 조금만 넣는다. 밀가루 입힌 호박을 달걀물에 담가 앞뒤로 고르게 입힌다. 노른자 비율이 높으면 더 진한 황금빛이 나니, 취향에 따라 노른자를 한 알 더 넣어도 좋다.

4단계. 중약불에서 노릇하게 부치기

팬을 충분히 달군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불을 중약불로 낮춘다. 글머리에서 짚은 ‘겉만 타고 속은 안 익는’ 문제는 거의 전부 이 단계에서 갈린다. 센불에서는 달걀옷이 먼저 타지만, 중약불에서는 열이 천천히 호박 속까지 전해져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호박을 올린 뒤에는 자주 뒤집지 않는다. 한 면이 황금빛으로 익을 때까지 2분 안팎 그대로 두었다가 한 번만 뒤집는 것이 색을 곱게 내는 비결이다. 뒤집은 면도 같은 방식으로 익히고, 기름이 부족해 보이면 팬 가장자리로 조금씩 둘러 보충한다. 다 부친 전은 채반이나 키친타월 위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뺀다.

밀가루+달걀물 vs 부침가루, 무엇이 다를까

애호박전은 크게 두 방식으로 부친다. 밀가루를 얇게 입히고 달걀물을 묻히는 전통 방식, 그리고 시판 부침가루를 물에 개어 한 번에 입히는 방식이다.

밀가루+달걀물 방식은 달걀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 손님상에 어울린다. 반면 부침가루 방식은 반죽 하나로 끝나 손이 덜 가고, 바삭한 식감과 들어 있는 간 덕분에 간편하다. 풍미를 원하면 전자, 빠르고 바삭한 쪽을 원하면 후자다. 같은 여름 채소전이라도 주말 브런치 메뉴처럼 곁들임을 더하면 한 끼로도 손색이 없다.

자주 묻는 질문

애호박전이 자꾸 타는데 왜 그런가요?
불이 세기 때문이다. 센불에서는 겉의 달걀옷이 호박이 익기도 전에 타 버린다. 팬을 달군 뒤 중약불로 낮추고, 한 면당 2분 안팎 천천히 익히면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하게 부쳐진다.
밀가루 없이도 부칠 수 있나요?
가능하다. 부침가루를 물에 개어 입히면 밀가루와 달걀 과정을 한 번에 줄일 수 있다. 다만 달걀물의 고소한 맛은 덜하니 풍미를 중시한다면 밀가루+달걀물 방식을 권한다.
물기를 꼭 빼야 하나요?
애호박은 수분이 무게의 90%를 넘는다. 소금 밑간으로 물기를 먼저 빼지 않으면 부치는 동안 물이 새어 나와 옷이 들뜨고 기름이 튄다. 짧게라도 닦아 주는 것이 결과를 크게 바꾼다.

이번 여름, 애호박 한 개로 시작하기

애호박전의 성패는 두께를 0.5cm로 맞추고, 소금으로 물기를 빼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부치는 세 가지에 달려 있다. 오늘 순서대로 애호박 한 개를 골라 부쳐 보자. 첫 장이 노릇하게 뒤집히는 순간 감이 손에 잡힌다. 든든한 한 그릇이 당길 땐 통새우 솥밥이나 전복 솥밥과 함께 차려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