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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바타 만들기 — 구멍 송송 이탈리아 빵 레시피

목차

겉은 바삭하고 속은 구멍이 송송 뚫린 치아바타는 베이킹 초보가 가장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가장 어려워하는 빵이다.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슬리퍼’를 뜻하는데, 그 납작하고 길쭉한 모양에서 붙었다. 흥미롭게도 치아바타는 수백 년 묵은 전통 빵이 아니라 1982년에 탄생한 비교적 젊은 빵이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아드리아의 제빵사 아르날도 카발라리(Arnaldo Cavallari)가 당시 이탈리아를 점령하던 프랑스 바게트에 맞설 자국 샌드위치 빵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에서 개발했다. 그래서 치아바타에는 ‘느린 전통’이 아니라 ‘명확한 설계 의도’가 담겨 있고, 그 의도를 이해하면 집 오븐에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

치아바타가 다른 빵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바로 이 수화율이다. 집에서 흔히 굽는 식빵의 수화율이 보통 60~65% 수준인 데 비해, 치아바타는 75~80%에 달한다. 물이 많을수록 반죽 안에서 기체가 자유롭게 팽창할 공간이 생기고, 그 결과 단면을 잘랐을 때 보이는 그 시원한 구멍(크럼)이 만들어진다. 다만 물이 많다는 건 반죽이 그만큼 질척하고 다루기 까다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그 까다로움을 단계별로 통제하는 방법을 정리한다.

1단계. 재료와 도구를 준비한다

치아바타의 재료는 놀랄 만큼 단순하다. 강력분, 물, 소금, 이스트 네 가지면 충분하고, 풍미를 위해 올리브유를 약간 더하기도 한다. 재료가 단순한 만큼 각 재료의 ‘질’과 ‘비율’이 결과를 좌우한다. 특히 밀가루는 반드시 단백질 함량이 높은 강력분을 써야 한다.

기본 배합 예시(수화율 약 78%)는 강력분 300g, 물 234g, 소금 6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2g이다. 도구는 큰 볼, 반죽주걱, 그리고 가능하면 디지털 저울이 있으면 좋다. 고수분 반죽에서는 계량컵의 부피 측정보다 무게 측정이 훨씬 정확하다.

💡 물 온도 팁: 여름엔 찬물, 겨울엔 미지근한 물(28~30도)을 쓴다. 반죽 최종 온도가 24~26도에 들어와야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이스트는 뜨거운 물(40도 이상)에 닿으면 활성이 떨어지니 주의한다.

2단계. 반죽을 섞고 휴지시킨다

볼에 강력분과 이스트를 먼저 섞은 뒤 물을 붓고 주걱으로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대충 섞는다. 소금은 이스트와 직접 닿으면 활성을 억제하므로, 물과 가루가 어느 정도 합쳐진 다음에 넣는 편이 좋다. 이 시점의 반죽은 끈적하고 덩어리진 상태가 정상이며, 매끈할 필요가 전혀 없다.

섞은 반죽은 뚜껑이나 랩을 덮어 20~30분간 그대로 둔다. 이 휴지 단계를 오토리즈(autolyse)라고 부르는데, 이 동안 밀가루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면서 글루텐이 저절로 자라기 시작한다. 손을 거의 대지 않고도 반죽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세한 글루텐 형성 원리는 우유식빵 발효·굽기 글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룬다.

3단계. 치대지 말고 접는다(스트레치 앤 폴드)

치아바타의 핵심 기술이 이 단계다. 반죽이 질어서 손으로 치댈 수가 없으니, 대신 젖은 손으로 반죽 한쪽을 잡아 위로 늘린 뒤 가운데로 접는 동작을 볼을 90도씩 돌려가며 4번 반복한다. 이것을 한 세트로 보고, 30분 간격으로 3~4세트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릴 듯 질척하던 반죽이, 세트를 거듭할수록 탄력이 붙고 표면이 매끈해지며 늘렸을 때 끊기지 않고 얇게 펴진다. 이 변화가 바로 글루텐 망이 완성되어 가는 신호다. 폴드는 반죽에 공기를 가두는 동시에 글루텐을 강화하는, 고수분 빵의 가장 우아한 해법이다.

💡 손이 안 들러붙게 하려면: 폴드 직전에 손에 물을 살짝 묻힌다. 덧가루(밀가루)를 많이 뿌리면 반죽 수화율이 낮아져 기공이 작아지니, 반드시 ‘물 묻힌 손’으로 다루는 게 정석이다.

4단계. 1차 발효와 냉장 저온숙성을 한다

폴드를 마친 반죽은 실온(24~26도)에서 1~2시간, 부피가 1.5~2배로 부풀 때까지 1차 발효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욕심을 낸다면 냉장고에서 12~20시간 저온숙성을 권한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하는 동안 효소가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단순한 빵 냄새를 넘어선 고소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생긴다.

저온숙성은 풍미뿐 아니라 일정 관리에도 유리하다. 저녁에 반죽해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 아침에 구우면, 갓 구운 치아바타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발효와 냉동·냉장 보관의 전반적인 원리는 식재료 냉동·장기보관 가이드에서 더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5단계. 성형과 2차 발효를 한다

발효된 반죽은 절대 세게 누르거나 다시 치대지 않는다. 애써 가둔 기체를 다 빼면 구멍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덧가루를 넉넉히 뿌린 작업대에 반죽을 살살 쏟아낸 뒤, 손으로 가볍게 직사각형으로 펴고 카드나 칼로 길쭉하게 2~3등분한다. 이 길쭉하고 투박한 모양이 바로 ‘슬리퍼’라는 이름의 유래다.

자른 반죽은 덧가루를 뿌린 천이나 종이호일 위에 올려 30~45분간 2차 발효한다. 표면이 살짝 부풀고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천천히 되돌아오면 구울 준비가 된 것이다. 칼로 정확하게 자르려면 도구 관리도 중요한데, 무뎌진 칼을 다루는 법은 숫돌 칼갈이 가이드를 참고하면 좋다.

6단계. 스팀을 주며 굽는다

치아바타의 바삭한 껍질과 큰 구멍은 고온과 스팀에서 완성된다. 오븐을 230도로 충분히 예열하고, 바닥에 빈 팬을 함께 달궈 둔다. 반죽을 넣는 순간 그 달군 팬에 끓는 물 반 컵을 부어 강한 증기를 만든다. 증기는 빵 표면이 굳는 것을 늦춰, 오븐에 넣고 처음 약 5분간 일어나는 급격한 팽창인 오븐스프링이 최대한 일어나게 돕는다. 이 초기 팽창이 바로 단면의 큰 기공을 만든다.

처음 약 10분은 230도에서 스팀과 함께, 이후 팬을 빼고 220도로 낮춰 15~18분간 껍질이 진한 황금빛이 될 때까지 굽는다. 다 구운 빵은 두드렸을 때 속이 빈 듯 통통 소리가 나야 한다. 식힘망에 올려 반드시 완전히 식힌 뒤 자른다. 뜨거울 때 자르면 속이 떡지고 기공이 뭉개진다.

자주 묻는 질문

반죽이 너무 질어서 손에 다 들러붙어요. 물을 줄여도 되나요?
물을 줄이면 치아바타 특유의 큰 구멍이 사라진다. 물의 양을 줄이는 대신, 손에 물을 묻혀 다루고 스트레치 앤 폴드 횟수를 한 세트 늘려 보자. 처음엔 70% 수화율로 시작해 익숙해지면 78~80%로 올리는 단계적 접근을 권한다.
구멍이 안 생기고 속이 빽빽해요. 뭐가 문제인가요?
대개 세 가지다. 첫째, 발효 부족 또는 과발효. 둘째, 성형할 때 기체를 다 눌러 뺀 경우. 셋째, 스팀과 예열 부족으로 오븐스프링이 약한 경우다. 발효 상태를 손가락 자국 테스트로 확인하고, 반죽을 누르지 말고, 오븐을 충분히 달군 뒤 스팀을 주자.
강력분이 없으면 중력분으로도 되나요?
가능은 하지만 결과가 다르다. 중력분은 글루텐이 강력분보다 적어 고수분 반죽에서 망이 약해지고 기공이 작아진다. 부득이하다면 수화율을 70% 정도로 낮춰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남은 치아바타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치아바타는 보존료가 없어 하루가 지나면 껍질이 눅눅해진다. 당일 못 먹을 분량은 식힌 뒤 한 끼씩 잘라 냉동하고, 먹기 전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바삭함이 살아난다.

치아바타는 결국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빵’이다. 질척한 반죽을 치대려 하지 말고 접어서 다스리고, 발효로 시간을 들이며, 마지막에 뜨거운 스팀으로 단숨에 부풀리는 흐름만 익히면 된다. 오늘 강력분 한 봉지를 사서 저녁에 반죽을 섞고 냉장고에 넣어 보자. 내일 아침, 단면을 갈랐을 때 송송 뚫린 구멍을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