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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 문을 열자 로즈마리 향이 부엌을 채운다. 황금빛 표면의 작은 웅덩이마다 올리브유가 고여 반짝이고, 굵은 소금 알갱이가 사각거린다. 한 조각 떼어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벌집 같은 기공 사이로 촉촉함이 배어 나온다. 이탈리아 리구리아 지방의 포카치아는 올리브유와 소금, 허브만으로 완성되는 정직한 빵이다. 반죽기 없이 볼 하나와 손만 있으면 집에서도 빵집 못지않게 구울 수 있다.
포카치아의 성패는 수분율에 달려 있다. 일반 식빵이 밀가루 대비 물 60% 안팎인 반면 포카치아는 70~80%의 고수분 반죽을 쓴다. 물이 많을수록 다루기는 까다롭지만 그만큼 큼직한 기공과 촉촉한 속살이 만들어진다. 질척한 반죽이 정상이라는 점만 받아들이면 한결 편해진다.
1단계. 재료 계량과 반죽 물 준비
강력분 300g, 물 230~240ml(수분율 약 77~80%),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4g, 소금 6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20ml를 기본으로 잡는다. 강력분은 단백질 12% 이상으로 글루텐이 풍부해 잘 부풀고 쫄깃한 골격을 만든다. 물은 미지근한 정도(약 30°C)가 좋다. 너무 뜨거우면 이스트가 손상되고 너무 차가우면 발효가 더뎌진다.
볼에 강력분과 이스트를 먼저 섞고, 소금은 닿으면 삼투압으로 효모 활동이 둔해지므로 반대편에 넣는다. 물을 부어 주걱으로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대충 섞는다. 이 단계에서는 매끈하게 치댈 필요가 없다.
2단계. 폴드(접기)로 글루텐 잡기
고수분 반죽은 손으로 오래 치대기 어렵다. 대신 ‘스트레치 앤 폴드’ 기법을 쓴다. 젖은 손으로 반죽 한쪽 끝을 잡아 위로 늘린 뒤 가운데로 접고, 볼을 90도씩 돌려가며 네 방향을 모두 접으면 한 세트다. 30분 간격으로 3~4세트 반복하면 치대지 않고도 글루텐 막이 탄탄해진다. 거듭할수록 흐물거리던 반죽이 탄력 있게 뭉쳐지는 변화가 손끝으로 느껴진다.
반죽을 만질 때 손에 물을 묻히거나 올리브유를 발라두면 거의 들러붙지 않는다. 덧가루를 많이 뿌리면 수분율이 낮아져 퍽퍽해지므로 물이나 기름으로 대신한다.
3단계. 1차 발효 — 2~3배 부풀리기
폴드를 마친 반죽에 랩이나 젖은 면포를 덮어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이스트 발효의 적정 온도는 대략 27~30°C이며, 50°C를 넘으면 효모가 사멸하니 주의한다. 실온에서 1~2시간, 부피가 2~3배가 될 때까지가 기준이다. 시간보다 상태가 중요한데,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돌아오면 충분히 된 것이다.
실내가 춥다면 오븐에 따뜻한 물 한 컵을 넣고 그 안에 반죽을 두면 좋다. 냉장고에서 8~12시간 저온 숙성하면 천천히 진행되는 발효 동안 구수한 향이 깊어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전날 밤 반죽해 냉장 숙성하는 방식을 권한다.
4단계. 팬에 펴고 2차 발효
사각팬(약 20×20cm) 바닥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발효된 반죽을 옮긴다. 기름칠한 손으로 팬 모서리까지 살살 밀어 편다. 한 번에 다 펴지지 않으면 10분 쉬었다가 다시 밀면 글루텐이 이완되어 잘 늘어난다. 팬에 편 반죽은 다시 30~40분 부풀린다. 이 2차 발효가 충분해야 굽는 동안 폭신하게 솟아오른다.
5단계. 딤플 만들고 토핑 올리기
포카치아의 상징인 딤플을 만들 차례다. 손가락 끝에 올리브유를 묻혀 반죽을 바닥까지 닿을 듯 깊게 꾹꾹 눌러 팬 전체에 골고루 구멍을 낸다. 그 위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둘러 딤플마다 기름이 고이게 하고, 신선한 로즈마리를 잎째 흩뿌린 뒤 굵은 소금을 듬성듬성 올린다. 방울토마토나 얇게 썬 양파, 올리브를 올려도 잘 어울린다.
반죽 속 기름은 부드러운 속살을, 표면 기름은 바삭한 껍질과 윤기를 만든다. 마무리용은 향이 살아 있는 엑스트라버진을 쓰면 풍미가 확실히 다르다.
6단계. 고온에서 굽기
오븐을 220°C로 충분히 예열한다. 포카치아는 초반 고온이 생명이라 예열이 덜 되면 부풀다 만 채로 굳는다. 220°C에서 20~25분, 표면이 짙은 황금빛이 되고 가장자리가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다. 오븐마다 화력이 다르므로 18분쯤부터 색을 살피며 조절한다.
7단계. 식히고 자르기
구운 직후 팬에서 꺼내 식힘망에 올린다. 그대로 두면 바닥이 눅눅해진다. 10~15분 식힌 뒤 큼직하게 자른다. 갓 구운 포카치아는 그 자체로 한 끼지만, 발사믹을 두른 올리브유에 찍거나 반으로 갈라 햄·치즈·루콜라를 끼워 샌드위치로 즐겨도 좋다. 남은 빵은 한 조각씩 냉동 보관했다가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바삭함이 되살아난다.
엑스트라버진과 퓨어, 어떤 올리브유를 쓸까
올리브유는 정제 정도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엑스트라버진은 압착만으로 얻어 폴리페놀과 향이 풍부하지만 발연점이 낮고, 정제한 퓨어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높아 가열 조리에 적합한 대신 향은 약하다. 포카치아는 반죽에 들어가는 기름은 퓨어로, 마무리로 끼얹는 기름은 엑스트라버진으로 나누면 경제적이면서 풍미를 살릴 수 있다.
식약처는 올리브유를 180°C에서 15분 이상 가열하면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한다. 포카치아 굽기는 빵 내부가 100°C 안팎에 머무는 짧은 조리라 무리가 없으나, 볶음·튀김 등 장시간 고온 조리에는 발연점이 높은 기름이 안전하다. 기름 온도 관리에 익숙해지면 어떤 빵이든 실패가 줄어든다.
자주 묻는 질문
반죽이 너무 질어서 손에 다 들러붙어요. 밀가루를 더 넣어도 되나요?
생이스트나 천연발효종으로도 만들 수 있나요?
발효가 잘 안 돼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로즈마리 말고 다른 토핑은 무엇이 어울리나요?
포카치아는 한 번 만들어보면 의외로 손이 덜 가는 빵이다. 반죽기도 정교한 성형도 필요 없이 질척한 반죽을 팬에 펴서 굽기만 하면 된다. 오늘 저녁 강력분과 올리브유를 꺼내 첫 반죽을 시작해보자. 손가락으로 딤플을 누르는 그 순간이 가장 즐거운 부분이다. 처음엔 모양이 투박해도 두세 번 구워보면 나만의 황금빛 포카치아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