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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 만들기 — 캐러멜 커스터드 프랑스식 푸딩 레시피

목차

오븐 문을 열자 갈색 캐러멜이 유리컵 바닥에서 보글거리고, 그 위로 매끈하게 굳은 노란 커스터드가 흔들린다. 접시에 엎어 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캐러멜 시럽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 장면. 플랑(flan)은 바로 이 한 컷을 위해 만드는 디저트다. 재료는 달걀·우유·설탕 세 가지뿐인데, 굽는 온도와 캐러멜 타이밍만 잡으면 가정용 오븐에서도 카페 비주얼이 나온다.

달걀이 주는 단단함과 우유가 주는 부드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플랑의 전부다. 달걀 비율을 높이면 잘라도 모서리가 서는 단단한 식감, 우유와 생크림 비율을 높이면 스푼이 쑥 들어가는 실키한 식감이 된다. 정답은 없고, 취향의 문제다.

1단계. 캐러멜을 먼저 만들어 틀 바닥에 깐다

플랑은 거꾸로 시작한다. 완성했을 때 위로 올라올 캐러멜을 가장 먼저 만든다. 작은 냄비에 설탕 80g과 물 한 큰술을 넣고 중불에 올린다. 이때 절대 젓지 않는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면 설탕이 재결정되어 알갱이가 생기므로, 냄비를 살짝 기울여 돌리는 정도로만 움직인다.

설탕은 약 160°C 부근에서 녹기 시작해 170°C 전후에서 진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 갈변이 바로 캐러멜화다. 색이 호박색에서 적갈색으로 넘어가는 순간 불을 끈다. 한 박자만 늦어도 쓴맛이 확 올라오니, 색이 ‘조금 연한가?’ 싶을 때 끄는 게 안전하다. 잔열로 색이 더 진해진다. 뜨거운 캐러멜을 푸딩 컵이나 라메킨 바닥에 재빨리 부어 얇게 깐 뒤 식힌다.

캐러멜이 굳어 갈라질 때 — 컵 바닥에 부은 캐러멜이 식으며 쩍 갈라져도 괜찮다. 나중에 따뜻한 커스터드를 부으면 다시 녹아 자연스럽게 시럽이 된다. 갈라짐은 실패가 아니라 정상 과정이다.

2단계. 우유를 데우고 달걀 커스터드 반죽을 만든다

냄비에 우유 400ml를 붓고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만 데운다. 끓이지 않는다. 따로 볼에 달걀 3개와 노른자 1개, 설탕 60g을 넣고 거품이 나지 않게 살살 푼다. 거품이 많으면 구운 뒤 표면에 구멍이 송송 남는다.

여기서 핵심은 템퍼링이다. 데운 우유를 한꺼번에 부으면 달걀이 익어 덩어리진다. 데운 우유를 국자로 한 술씩 달걀물에 흘려 넣으며 계속 저어 온도를 서서히 올린 뒤, 나머지를 합친다. 바닐라 익스트랙 한 작은술이나 바닐라빈 긁은 것을 넣으면 향이 살아난다.

3단계. 체에 거른 반죽을 캐러멜 틀에 붓는다

완성된 커스터드 반죽을 고운체에 한 번 거른다. 풀리지 않은 알끈과 덩어리, 미세한 거품이 걸러지면서 식감이 비단처럼 매끄러워진다. 이 한 단계를 건너뛰면 플랑 표면에 자잘한 결이 남는다.

캐러멜이 굳은 컵에 반죽을 8할 정도 채워 붓는다. 표면에 거품이 떠오르면 토치로 살짝 지지거나 이쑤시개로 톡톡 터뜨려 정리한다. 깨끗한 표면이 곧 구운 뒤의 매끈함으로 이어진다.

4단계. 중탕으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굽는다

플랑의 성패는 이 단계에서 갈린다. 깊은 오븐 팬에 컵들을 올리고, 팬에 컵 높이의 절반쯤 오도록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 물이 오븐의 직접열을 막아 커스터드가 부드럽게 익게 하는 중탕 장치다.

150~160°C로 예열한 오븐에서 35~45분 구우면 가운데가 살짝 찰랑이는 상태가 된다. 컵을 가볍게 흔들었을 때 중앙 100원 동전 크기만 물결치듯 흔들리면 완성이다. 완전히 단단하게 굳으면 오히려 푸석해진다. 잔열로 가운데까지 굳기 때문이다.

5단계. 충분히 식히고 차갑게 굳힌 뒤 뒤집는다

오븐에서 꺼내 실온에서 한 김 식힌 뒤, 냉장고에서 최소 4시간(가능하면 하룻밤) 차갑게 굳힌다. 이 시간 동안 굳은 캐러멜이 다시 녹아 시럽이 되고, 커스터드 식감도 안정된다. 급하게 따뜻할 때 뒤집으면 형태가 무너진다.

먹기 직전, 컵 안쪽 가장자리를 얇은 칼로 한 바퀴 긋고 접시를 덮어 단번에 뒤집는다. 캐러멜 시럽이 흘러내리며 윤기 나는 플랑이 완성된다.

오븐이 없다면 — 찜기로도 가능하다. 김이 오른 찜기에 컵을 넣고 약불에서 뚜껑에 면포를 덧대(물방울 떨어짐 방지) 15~20분 찐다. 다만 찜기 쪽이 수증기 온도가 높아 기공이 생기기 쉬우니, 불을 더 약하게 잡는 게 요령이다.

플랑·푸딩·크렘 캐러멜, 뭐가 다를까

셋은 사촌지간이라 경계가 흐릿하지만 결이 다르다. 플랑은 달걀 비율이 높아 비교적 단단하고 칼로 잘랐을 때 면이 깔끔하다. 크렘 캐러멜은 생크림이 들어가 더 진하고 부드럽다. 흔히 말하는 ‘푸딩’은 그 사이 어디쯤으로, 우유 비율이 높아 가장 말랑하다. 같은 재료라도 달걀과 유지방의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가 식감의 전부를 결정한다.

구분달걀 비율식감캐러멜
플랑높음단단·탄탄바닥에 깔아 뒤집음
크렘 캐러멜중간(+생크림)진하고 부드러움바닥에 깔아 뒤집음
푸딩(연질)낮음(우유↑)말랑·실키곁들이거나 생략

자주 묻는 질문

표면에 구멍(기공)이 생겼어요. 왜 그런가요?
대부분 너무 높은 온도 때문이다. 커스터드 단백질이 90°C를 넘기면 과수축하며 수분을 밀어내 기포가 남는다. 오븐 온도를 150°C 안팎으로 낮추고 중탕 물을 충분히 부어 온도를 눌러주면 매끈하게 구워진다. 반죽을 체에 거르고 표면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필수다.
캐러멜이 너무 쓰게 됐어요.
설탕을 170°C 이상으로 과하게 졸인 경우다. 색이 적갈색으로 넘어가기 직전, 호박색일 때 불을 끄는 게 안전하다. 잔열로 색이 더 진해진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다.
뒤집을 때 모양이 무너져요.
충분히 차갑게 굳히지 않아서다. 냉장고에서 최소 4시간, 가능하면 하룻밤 식혀야 형태가 잡힌다. 따뜻할 때 뒤집으면 거의 반드시 무너진다.
달걀 비린내가 나요.
바닐라나 럼 한 방울이 비린내를 잡아준다. 또한 우유를 데울 때 레몬 껍질이나 바닐라빈을 넣어 향을 입히면 한결 깔끔해진다. 신선한 달걀을 쓰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세 가지 재료, 다섯 단계. 거창한 도구도 비싼 재료도 필요 없다. 오늘 냉장고에 달걀과 우유가 있다면, 작은 컵 몇 개를 꺼내 캐러멜부터 졸여보자. 처음엔 기공이 좀 생기고 캐러멜이 쓸지도 모르지만, 온도만 한 번 감 잡으면 그다음부터는 흔들리는 그 찰랑임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컵에 담아, 흐르는 캐러멜과 함께 한 스푼 떠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