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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에서 갓 나온 꿔바로우 한 접시를 떠올려 보자. 젓가락으로 집으면 종잇장처럼 넓적한 고기 조각이 ‘바삭’ 하고 부서지듯 갈라지고, 그 위에 흐르는 투명한 소스는 입에 넣자마자 새콤한 식초 향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한국식 탕수육의 동글동글한 튀김 덩어리와는 모양도, 씹는 느낌도 전혀 다르다. 이 글은 그 특유의 넓적하고 바삭한 식감을 집 프라이팬과 냄비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단계. 돼지 등심을 넓적하게 손질한다
꿔바로우의 인상을 좌우하는 첫 단추는 고기 모양이다. 돼지 등심(또는 안심)을 결 반대 방향으로 두께 약 4~5mm, 손바닥 절반 크기로 넓게 저민다. 너무 두꺼우면 두 번 튀겨도 속까지 바삭함이 전달되지 않고, 너무 얇으면 소스를 입힐 때 흐물거린다. 저민 고기는 칼등이나 연육기로 가볍게 두드려 면적을 넓히고 섬유를 끊어 준다.
밑간은 단순하게 간다. 청주(또는 맛술) 1큰술, 소금 약간, 후추, 간장 1작은술 정도면 충분하다. 산미가 강한 소스가 주인공이므로 고기 밑간은 짜지 않게 잡는 것이 균형에 좋다.
2단계. 전분 반죽으로 ‘얇은 갑옷’을 만든다
꿔바로우 식감의 비밀은 밀가루가 아니라 전분에 있다. 감자전분을 물에 풀어 30분 이상 가라앉힌 뒤, 위에 고인 맑은 물을 따라 버리고 바닥에 앙금처럼 가라앉은 되직한 전분을 쓰는 방식이 정통에 가깝다. 이렇게 하면 반죽이 고기에 얇고 단단하게 달라붙어 튀겼을 때 유리처럼 바삭한 껍질이 생긴다.
시간이 없다면 감자전분과 물을 1:1 가까이 섞어 손가락으로 들었을 때 주르륵 끊기듯 흘러내리는 농도로 맞추고, 식용유 1작은술을 섞어 준다. 기름을 넣으면 튀길 때 껍질이 더 잘 일어난다. 손질한 고기를 이 반죽에 한 장씩 충분히 적신다.
감자전분은 바삭하고 가벼운 ‘유리질’ 식감, 고구마전분은 좀 더 두툼하고 쫀득한 식감을 낸다. 바삭함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감자전분, 씹는 탄력을 원하면 고구마전분을 일부 섞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옥수수전분만 쓰면 껍질이 얇고 금세 눅눅해지기 쉽다.
3단계. 두 번 튀겨 바삭함을 고정한다
꿔바로우가 다른 튀김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이 바로 ‘두 번 튀기기’다. 1차 튀김은 기름 온도 약 160~165℃에서 고기를 한 장씩 펼쳐 넣고 속까지 익을 정도로만 튀긴다. 이 단계는 색을 내기보다 익히는 과정이라 옅은 노란빛에서 건져 잠시 식힌다.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온도가 떨어져 기름을 잔뜩 머금으니 서너 장씩 나눠 튀긴다.
2차 튀김은 기름을 약 180~190℃로 더 올린 뒤 식혀 둔 고기를 다시 넣어 짧게 튀긴다. 표면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면서 껍질이 황금빛으로 단단하게 굳고, 식어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바삭함이 만들어진다.
4단계. 새콤달콤 소스를 졸여 입힌다
소스가 꿔바로우의 정체성이다. 한국식 탕수육 소스보다 식초의 산미가 훨씬 앞서고, 케첩 대신 간장과 설탕·식초의 조합으로 투명하고 산뜻한 맛을 낸다. 기본 비율은 설탕 3큰술, 식초 3큰술, 간장 1큰술, 물 4큰술 정도를 한 번 끓여 본 뒤 입맛에 맞게 조절한다.
팬에 소스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채 썬 당근·양파, 생강·마늘 약간을 넣고, 물전분(전분물)을 조금씩 둘러 가벼운 농도를 잡는다. 너무 걸쭉하게 만들면 한국식 탕수육 소스처럼 무거워지므로 묽게 흐르는 정도가 좋다. 마지막에 채 썬 대파나 고수를 올리면 향이 산다.
5단계. 소스에 버무리거나 부어 완성한다
완성 방식은 두 가지다. 바삭함을 최대한 살리려면 튀긴 고기를 접시에 담고 뜨거운 소스를 위에 부어 낸다. 좀 더 진하게 소스를 입히고 싶다면 불을 끄기 직전 팬에서 튀긴 고기를 넣고 재빠르게 버무려 바로 접시에 옮긴다. 어느 쪽이든 소스를 입힌 뒤에는 시간을 끌지 말고 곧장 먹어야 그 특유의 바삭함을 즐길 수 있다.
여기까지가 집에서 재현하는 꿔바로우의 전부다. 핵심은 결국 넓적한 고기, 전분 옷, 두 번 튀기기, 산미 강한 소스 네 가지로 정리된다.
같은 ‘튀긴 돼지고기+새콤달콤 소스’라도 둘은 다르다. 탕수육은 고기를 작게 썰어 둥글게 튀기고 케첩·과일이 들어간 걸쭉하고 단맛 강한 소스를 쓴다. 꿔바로우는 넓적하게 저민 고기를 두 번 튀기고, 식초의 산미가 앞서는 묽고 투명한 소스를 입힌다. 모양은 넓적함, 맛은 산미가 구분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감자전분과 고구마전분 중 무엇을 써야 하나요?
꼭 두 번 튀겨야 하나요?
어떤 부위 고기가 좋나요?
소스가 너무 걸쭉해졌어요.
오늘 저녁, 냉장고에 돼지 등심이 있다면 작게 한 접시 분량부터 시도해 보자. 전분을 가라앉히는 30분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두 번 튀기고 소스를 졸이는 과정이라 생각보다 단순하다. 새콤달콤하게 완성한 꿔바로우를 다른 중식·일식 한 그릇 요리와 곁들이면 집에서도 근사한 한 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