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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저녁, 냉장고 한 켠에 시들기 직전인 부추 한 단이 보인다. 도마 위에서 칼이 지나갈 때마다 풀 같은 알싸한 향이 퍼지고, 달군 팬에 반죽 한 국자를 부으면 가장자리부터 치이익 소리를 내며 레이스처럼 얇은 테두리가 만들어진다. 부추전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결과가 정직하다. 반죽 농도, 기름 온도, 뒤집는 타이밍 — 이 세 가지가 바삭함과 눅눅함을 가른다.
1단계. 재료를 계량한다
2~3장 기준 분량은 부추 150g(약 한 줌 반), 부침가루 1컵(약 100g), 물 약 150ml, 그리고 식용유 넉넉히다. 부침가루가 없다면 밀가루에 소금 약간과 전분 1큰술을 섞어 대체할 수 있다. 전분을 조금 더하면 식은 뒤에도 바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 1개를 어슷하게 썰어 넣고, 감칠맛을 위해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잘게 다져 넣어도 좋다. 다만 첫 시도라면 부추 본연의 향을 살리기 위해 부추만으로 부쳐보길 권한다.
2단계. 부추를 손질한다
부추는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뒤, 물기를 충분히 털어낸다. 물기가 많으면 반죽이 묽어져 바삭함이 떨어지므로 키친타월로 한 번 더 눌러 닦아주는 것이 좋다. 길이는 4~5cm로 자르면 부쳐낸 뒤 젓가락으로 집기 편하고 한입에 먹기에도 알맞다.
3단계. 반죽 농도를 잡는다
볼에 부침가루와 물을 넣고 멍울이 풀릴 때까지 가볍게 젓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죽 농도다. 너무 되면 전이 두껍고 떡져 눅눅해지고, 너무 묽으면 부추를 잡아주지 못해 흩어진다. 국자로 떠서 주르륵 흘러내리되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정도, 흔히 말하는 “리본처럼 떨어지는” 농도가 이상적이다.
4단계. 부추와 반죽을 합친다
썰어둔 부추를 반죽에 넣고 젓가락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듯 섞는다. 빙빙 휘저으면 부추가 뭉개지고 풋내가 강해지므로, 부추 가닥 사이사이에 반죽이 얇게 코팅되는 정도면 충분하다. 부추가 반죽에 푹 잠기는 것이 아니라, 반죽이 부추를 살짝 입은 상태가 좋다.
5단계. 팬과 기름을 달군다
팬을 중강불에 1~2분 충분히 예열한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기름이 부족하면 튀기듯 지져지는 바삭함이 나오지 않는다. 팬에 반죽 한 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곧바로 지글거리며 작은 거품이 올라오면 적정 온도다. 연기가 날 정도로 과열되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으니 주의한다.
6단계. 얇게 펴서 부친다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팬 위에 올린 뒤, 국자 바닥이나 주걱으로 둥글고 얇게 펴준다. 두께는 5mm 이내가 좋다. 두꺼우면 속이 떡지고, 얇으면 가장자리가 바삭한 과자처럼 익는다. 부추 가닥이 골고루 퍼지도록 빈 곳에 부추를 한두 가닥 더 올려 모양을 잡아준다.
7단계. 뒤집는 타이밍을 잡는다
한 면을 2~3분 부치면 가장자리가 노릇해지고 윗면 반죽이 80% 정도 익어 광택이 사라진다. 이때가 뒤집기 적기다. 너무 일찍 뒤집으면 반죽이 갈라지고, 너무 늦으면 아랫면이 탄다. 뒤집은 뒤에는 주걱으로 가볍게 눌러 팬과 밀착시키면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
8단계. 마무리로 한 번 더 바삭하게
뒤집은 면도 2분 정도 부친 뒤, 팬 가장자리로 식용유 1작은술을 둘러 다시 한 번 강불에 30초 지져준다. 이 마지막 ‘기름 두르기’가 표면을 한 번 더 튀겨내며 바삭함을 끌어올린다. 양면이 진한 황금빛을 띠면 완성이다.
9단계. 식기 전에 양념장과 낸다
완성한 부추전은 채반이나 식힘망에 잠시 올려 기름과 수증기를 빼면 눅눅해지지 않는다. 접시에 겹쳐 쌓으면 아랫장이 금세 물러지므로 펼쳐 담는 편이 좋다. 양념장은 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고춧가루·깨소금·다진 파 약간이면 부추의 알싸함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