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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솥밥 만들기 — 말린 곤드레 불려 짓는 강원도 별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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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5일장 한쪽, 채반 가득 검푸르게 마른 나물 더미에서 풀 향 같기도 하고 구수하기도 한 냄새가 올라온다. 한 줌 사서 집에 돌아와 찬물에 담그면, 빳빳하던 마른 잎이 몇 시간 뒤 손끝에서 미끈하게 풀어진다. 이 말린 곤드레를 불려 솥에 안치면, 전기밥솥으로는 흉내 내기 힘든 누룽지와 나물 향이 밥 한 솥에 그대로 밴다. 산나물밥 중에서도 곤드레 솥밥은 묵나물 특유의 깊은 향과 솥밥의 고슬한 식감이 만나는 강원도 별미밥이다.

곤드레는 생나물로도 먹지만, 한 해 내내 즐기려면 말려 두고 쓰는 묵나물이 기본이다. 마른 곤드레는 부피가 작아 보관이 쉽고, 불리는 시간만 확보하면 한겨울에도 봄 산나물밥을 지을 수 있다. 아래 순서대로 따라 하면 마른 잎이 질기거나 풋내가 남는 실패 없이, 부드럽고 향 좋은 솥밥을 지을 수 있다.

1단계. 말린 곤드레 충분히 불리기

마른 곤드레 한 줌(2인분 기준 약 15~20g)을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궈 흙과 이물을 털어 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말린 산나물을 조리하기 전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이물을 제거하도록 권한다. 그다음 넉넉한 찬물에 담가 최소 3~4시간, 가능하면 하룻밤 불린다. 잎이 손으로 눌렀을 때 미끈하게 휘어지고 줄기가 꺾이지 않을 정도로 말랑해지면 잘 불려진 것이다.

급할 때는 따뜻한 물에 담가 1시간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찬물에 오래 불릴수록 풋내가 줄고 식감이 한결 부드럽다. 불린 물은 떫은 성분이 우러나므로 버리고 새 물로 헹군다.

불림 시간이 식감을 좌우한다
마른 곤드레는 불린 뒤 부피가 4~5배로 늘어난다. 덜 불린 채 삶으면 줄기가 질기게 씹히므로, 시간이 없을 땐 차라리 양을 줄이고 충분히 불리는 편이 낫다.

2단계. 삶아서 떫은맛과 질긴 섬유 풀기

불린 곤드레를 끓는 물에 넣고 중불에서 10~15분 삶는다. 농촌진흥청은 묵나물의 식감 핵심으로 ‘불림→삶기→헹굼’ 전처리를 꼽는데, 이 삶는 과정에서 마른 잎에 남은 떫은맛과 질긴 섬유질이 부드럽게 풀린다. 줄기 굵은 부분을 손톱으로 눌러 쉽게 끊기면 다 삶긴 것이다.

삶은 곤드레는 찬물에 두세 번 헹궈 열기를 식히고, 손으로 꼭 짜 물기를 뺀다. 길이가 길면 먹기 좋게 3~4cm로 썰어 둔다.

3단계. 들기름에 밑간해 향 입히기

물기를 짠 곤드레에 들기름 1큰술, 국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약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달군 팬에 이렇게 밑간한 곤드레를 넣고 약불에서 2~3분 볶아 향을 한 번 올려 주면, 밥에 안쳤을 때 들기름 향과 나물 향이 한층 진하게 퍼진다.

들기름 대신 참기름을 써도 좋지만, 강원도식 곤드레밥에는 구수한 들기름이 더 어울린다. 이 단계를 생략하고 생곤드레를 바로 안쳐도 되지만, 한 번 볶아 두면 완성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4단계. 솥에 쌀과 곤드레 안치고 물 맞추기

씻어서 30분 불린 쌀 2컵을 돌솥이나 무쇠솥에 담고, 그 위에 밑간한 곤드레를 고루 펼친다. 물은 평소 밥물보다 살짝 적게 잡는다. 불린 곤드레와 나물에서 수분이 더해지기 때문에, 쌀 2컵 기준 물은 쌀 높이보다 손가락 한 마디가 채 안 되게 잡으면 질지 않다.

솥밥의 매력은 여기서 갈린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설명하는 솥 조리의 특성처럼, 두꺼운 솥은 뜸 들이는 동안 잔열이 속까지 전해져 밥알이 고슬하게 서고 바닥에는 누룽지가 생긴다. 전기밥솥 취사로는 얻기 어려운 식감이다.

5단계. 센 불로 끓이고 약불로 뜸 들이기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끓인다. 솥 가장자리로 김이 힘차게 새어 나오고 보글거리는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면(보통 7~9분) 불을 가장 약하게 줄인다. 약불에서 8~10분 더 익혀 바닥에 누룽지가 앉도록 한 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0분간 뜸을 들인다.

뜸 들이는 시간을 아끼면 밥알 속이 설익으니 서두르지 않는다. 뚜껑을 열면 곤드레 향이 김과 함께 확 올라오는데, 이때 주걱으로 나물과 밥을 아래위로 가볍게 섞어 향을 고루 퍼뜨린다.

6단계. 양념장 곁들여 비벼 먹기

곤드레 솥밥의 마무리는 양념장이다. 진간장 2큰술, 들기름 1큰술, 다진 파, 깨, 고춧가루 약간, 청양고추 다진 것을 섞어 만든다. 갓 지은 밥에 양념장을 한 숟갈 올려 쓱쓱 비비면 들기름과 곤드레, 양념장이 어우러진 강원도 별미밥이 완성된다.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는 그릇에 밥을 푼 뒤 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두면 구수한 누룽지 숭늉으로 즐길 수 있다. 한 솥으로 밥과 후식까지 해결되는 셈이다.

밥물을 줄여야 하는 이유
불린 곤드레는 머금은 수분을 솥 안에서 그대로 내놓는다. 평소 밥물 그대로 잡으면 질어지기 쉬우니, 나물이 많을수록 물을 조금씩 더 줄여 잡는다.

곤드레 솥밥, 자주 묻는 질문

말린 곤드레, 꼭 하룻밤 불려야 하나요?
찬물 기준 최소 3~4시간이면 조리는 가능하지만, 하룻밤 불릴수록 풋내가 빠지고 식감이 부드럽다. 급할 땐 따뜻한 물에 1시간가량 불려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충분히 불려야 줄기가 질기지 않다.
전기밥솥으로도 만들 수 있나요?
가능하다. 1~3단계까지 동일하게 전처리한 곤드레를 쌀 위에 올려 백미 취사하면 된다. 다만 솥밥 특유의 누룽지와 고슬한 식감은 두꺼운 솥에서 더 잘 살아난다.
생곤드레와 말린 곤드레, 무엇이 다른가요?
생곤드레는 5~6월 제철에만 나며 향이 산뜻하고, 말린 곤드레는 사계절 쓸 수 있고 건조로 풍미가 농축돼 구수함이 깊다. 솥밥에는 향이 진한 말린 곤드레가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곤드레를 씻거나 데칠 때 주의할 점은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말린 산나물을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흙과 이물을 제거한 뒤 조리하도록 권한다. 불린 물에는 떫은 성분이 우러나므로 버리고 새 물로 헹궈 삶는 것이 좋다.

곤드레는 본래 5~6월이 제철이지만, 말려 두면 계절에 상관없이 산나물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한 줌 사 두고 불리는 시간만 챙기면, 평일 저녁에도 강원도 별미밥 한 솥을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

곤드레로 솥밥의 감을 잡았다면, 다른 재료로도 솥밥의 폭을 넓혀 보자. 오늘 저녁 마른 곤드레부터 물에 담가 두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